대구시는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면서 최근 대구시립미술관,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시민회관(재개관) 등 문화예술 공간을 많이 갖추게 되었다. 특히 1천석 이상의 공연장이 9개로 서울 다음으로 많다. 그만큼 예술인이 창작하고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간만 늘어났을 뿐 공간을 채우기 위한 예술인의 창작 활동 지원이나 그 공간을 특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은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예술단체 활성화와 예술인 창작활동을 위한 예산의 대폭 증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대구시의 차기 시장이 되고자 하는 분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구문화예술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분이 되었으면 한다. 더구나 관주도형 예술행정을 벗어나서 예술인에 대한 간섭을 지양하고 지원에 충실하면서 창의적인 비전과 아이디어를 가진 분이 대구시장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문화예술에 대한 감각과 중요성을 잘 인식하면서 예술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대구, 문화예술도시 표방
문화예술공간 많이 갖춰
공간만 늘고 다른 지원 부족
차기 시장은
지역문화의 큰 그림 그려야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대구문화예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공간으로 시립박물관이나 국악당, 대구사진영상박물관을 시급히 건립해야 한다. 시립박물관은 서울을 비롯해 6대 광역시 가운데 대구에만 유일하게 없다. 더구나 향토역사관, 근대역사관, 방짜유기박물관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보니까 대구만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미흡하다. 국악전용극장 건립으로 국악공연을 상설화하는 것과 더불어 시립박물관 건립으로 기존의 박물관 기능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미래지향적 콘텐츠를 담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대구의 품격을 높이고 이미지 변화를 통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대구만의 브랜드로 문화산업을 개발하고, 특히 관광산업과 연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대구문화재단,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서 구·군에 문화재단·문예회관이 있는데 이들 간에 행사기획 조정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구 전체의 문화예술 행사나 축제의 중복, 불필요한 경쟁, 비효율성을 개선해야만 한다. 그런 차원에서 각종 문화예술행사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의료관광을 포함한 관광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가칭 ‘대구문화예술 컨트롤타워본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존 문화체육관광국은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컨트롤타워본부는 운영·관리·집행의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셋째로 이제는 ‘글로벌 도시 대구’를 위한 국제적 문화행사를 개최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젠 ‘made in Daegu’ 문화예술상품이 나와야 한다. 올해 12회를 맞는 국제오페라축제나 8회가 되는 국제뮤지컬축제가 창작오페라 뮤지컬 한편 제작비도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축제를 치르다 보니까, 국제행사로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매년 비슷한 축제 규모를 보여주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한 예산을 배정해서 축제 규모를 확대하든지 아니면 선택과 집중을 하든지 결정을 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서울 다음으로 많은 예술대학과 예술인재를 배출하는 대구는 명실공히 ‘순수예술의 보고’다. 올해 33회가 되는 대구음악제를 근대음악의 중심인 박태준 선생을 기리는 순수음악제로 만들고, 대관령과 통영에 이어 국제음악제로 확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국제무용제, 대구국제아트페스티벌, 세계청년작가페스티벌, 대구국제호러연극제,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에 대한 재정의 확대 지원이 절실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금방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성급한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지원하다 보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므로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고 기다리는 지도자의 끈기나 혜안이 요구된다.
류형우 대구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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