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삶 10·(끝)] 전문가 좌담회(영남일보,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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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3-18 15:12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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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문화예술 도약하려면 ‘열린 장·창작의 장·담론의 장’ 필요”
지난 22일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대구의 문화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다. |
▶대구 출신 문화예술인들이 지역 문화예술계에 미친 영향은.
△류형우 대구예총 회장 = 오늘날 대구가 문화예술도시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고, 이것이 대구 문화예술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는 클래식과 오페라, 뮤지컬, 문학, 미술, 연극, 사진 등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발달했다. 대구처럼 많은 문화예술 장르를 모두 향유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서울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오동욱 대경연 박사 = 대구의 위대한 거장들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전후기와 같은 암흑의 시대에도 살아있는 미래를 예언하고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이때 대구 문화예술계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지형도의 축소판으로서 빛나는 문화예술의 맥을 이루면서 문화예술 진흥의 좋은 토대가 되었다.
△진광식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 대구는 전선문학의 발상지로 근·현대문학을 꽃피우는 등 문화예술이 발달했다. 또 과거부터 문화예술을 각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성이 하나의 DNA처럼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대구가 지방 최대 규모의 공연티켓 구매력을 보이는 등 시민들의 높은 공연 관람 참여율만 보더라도 선배 예술인들이 지역 문화예술계에 미친 영향이 크다.
△민주식 영남대 미술학부 교수 = 대구에는 걸출한 선배 예술가들이 많지만, 이 얘기를 조금만 바꿔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영향으로부터의 탈피’가 요구되는 시점일 수 있다. 걸출한 예술가를 낳았다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기도 하지만, 현재가 초라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대구의 문화자산을 알리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자는 ‘복고주의’를 취할 수는 없다.
▶현재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위상은.
△류 회장 = 현재 정치와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만큼은 대구가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일부 장르에서 과거 대구 문화예술의 강점이었던 역동성과 개방성이 줄어들고, 폐쇄성과 보수성을 나타내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세계적인 흐름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오 박사 = 대구는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풍부한 문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지역 대학 등에서 기초 인력도 많이 배출하고 있다. 또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창작·생산도 꾸준히 늘고 있는 등 여전히 ‘지방 문화예술의 1번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내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이 필요하다. 현장 수요에 적합한 인적자원 공급과 체계화도 시급하고, 문화예술 발신기지로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도 안고 있다.
△민 교수 = 대구 문화예술이 이제는 양적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질적 제고’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다만 지역에서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배출하고 있지만, 배출된 인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인재들이 다시 대구에 돌아와서 활약할 수 있는 ‘열린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진 과장 = 대구는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 건립지이자 1천석 이상 공연장 11개를 포함해 중·소 공연장 56개를 보유하고 있는 ‘지방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라고 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공연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 말쯤 유네스코(UNESCO) 음악창의도시에 가입하게 되면 문화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문화예술의 전통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자긍심을 고취하려면.
△진 과장 = 고택 복원과 전시회 개최 등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적 접근법을 통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현창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상화 고택은 근대골목투어의 대표 코스로 매년 100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내년에는 무형문화재 전수관을 개소하는 등 단순 관람을 넘어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한다.
△민 교수 = 문화적 자긍심은 재정 확보나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이 함께 향유하는 ‘공동체적 의식’이 있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문화예술이 돼야 한다. 또한 새로운 아이템의 개발과 창출이 요구된다. 지역의 강점인 ICT 기술을 활용한 ‘김광석길 홀로그램 공연’이 한 사례가 된다. 이처럼 차별화된 독자적인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
△류 회장 =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들의 현창사업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대구에 예술박물관이 없다. 지역 문화예술인의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와 ‘강정현대문화제’ 등 지역의 역사성과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오 박사 = 우리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대구는 문화도시로서의 역사성과 다양성, 공급 측면에서 소중한 구슬들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에도 없는 오페라재단과 콘서트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각 기관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구슬을 잘 꿰어야만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대구가 진정한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려면.
△진 과장 = 수요와 공급이 선순환되고, 예술이 직업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년 대구에서 배출되는 2천여 명의 예술 분야 졸업생들이 지역에서 창작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년예술창조공간과 예술창작촌(가칭) 등 레지던시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유망 예술가에 대한 해외 진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민 교수 = 대구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고 교육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으므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산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콤플렉스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세계 속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경쟁력이 있는 창조적인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모색하는 ‘담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류 회장 =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가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이 있어야 한다. 예술인은 예술로 말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많이 창작하면 자연스레 문화예술도시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시의 지원도 필요하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큰 밑그림이 필요하다. 또 예술 소비운동을 통해 많은 시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 박사 = 문화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것보다 역사와 문화자원을 보전하는 등 소프트파워가 진작될 때 시민들이 문화적 자부심을 가진다. 이러한 문화적 자부심은 시민들에게 문화향수 확대는 물론 공동체의식을 심어주어 지역 통합성을 높이고,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정리=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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